마츠모토 세이초의 『어느 ‘고쿠라 일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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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었던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은 "점과 선"이었지만, 첫번째 독후감은 "어느 고쿠라 일기 전"부터 적는다.


마쓰모토 세이초에게 있어 고쿠라, 모리 오가이, 그리고 『어느 "고쿠라 일기" 전(傳)』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고쿠라는 그의 고향이자, 빈곤과 학력 차별을 극복하고 작가로서 성장하기 위해 독학했던 치열한 삶의 무대였다. 어린 시절 인쇄소에서 일하며 책과 가까워진 그는, 누구보다 절실하게 문학을 갈망했다. 고쿠라는 그가 글을 통해 세상과 맞설 힘을 키운 곳이었으며, 그의 작품 속에서도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모리 오가이는 세이초가 깊이 존경했던 문인이었다.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군의관이었던 오가이는 소설뿐만 아니라 번역, 역사 연구, 평론 등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세이초는 오가이의 치열한 삶과 문학적 태도를 동경하며, 그의 흔적을 좇았다. 특히 『어느 "고쿠라 일기" 전(傳)』을 통해 오가이의 미완의 기록을 재현하고자 했다.

『어느 "고쿠라 일기" 전(傳)』은 1952년, 마쓰모토 세이초가 제28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게 한 작품이다. 이 단편소설은 그가 본격적인 작가로 인정받는 출발점이 되었고, 그의 문학적 방향성을 확립한 중요한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 고사쿠는 불구의 몸을 이끌고 사라진 『고쿠라 일기』를 추적한다. 그는 아직 읽어보지도 못한 일기에 강한 애착을 느끼며, 사라진 기록을 되살리고자 한다. 그러나 제 발로 걸을 수 없는 그가 남들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기록을 좇는 일은 고행에 가까웠다. 고사쿠의 집념은 단순한 학문적 열정을 넘어, 마치 존재의 증명을 위한 몸부림처럼 다가온다. 세이초는 이러한 고사쿠의 모습을 통해, 자신이 겪었던 사회적 소외와 불완전한 삶의 고통을 투영했다. 결국, 소설은 매우 비장한 결말을 맞이하며, 한 개인이 감내해야 했던 헌신과 몰입, 불완전한 길을 걸어야만 했던 인생의 모습을 담아낸다.

이 작품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세이초 자신이 고사쿠와 같은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가난과 차별 속에서 독학으로 지식을 쌓고, 늦은 나이에 문단에 등단하여 마침내 문학계에서 인정받기까지, 그의 삶은 한 편의 소설과도 같았다. 그런 점에서 『어느 "고쿠라 일기" 전(傳)』은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 세이초 자신의 인생과 투쟁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세이초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문학적 방향성을 확립했다. 이 소설은 처음에는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으나, 심사위원이 이를 문학성이 높은 작품으로 평가하여 아쿠타가와상 후보로 추천했고, 결국 수상하게 되었다. 이는 그의 문학이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춘 작품임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 세이초는 역사 소설과 미스터리 소설을 넘나들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 그의 문학 여정은 『어느 "고쿠라 일기" 전(傳)』에서 시작하여, 결국 일본 문학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는 데 이르렀다.

특히,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오리지널 원고가 우연히 발견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독자는 씁쓸하면서도 묵직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평생을 바쳐 찾고자 했던 진실이, 주인공이 떠난 후에서야 세상에 드러난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운명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마치 세이초 자신이 작가로 인정받기까지 겪었던 긴 시간과도 닮아 있다. 그의 문학적 집념과 삶의 궤적이 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며, 마지막 장면에서 한동안 책을 덮지 못했다. 고사쿠의 헌신과 좌절, 그리고 뒤늦게 밝혀지는 진실 앞에서 무력감을 느꼈다.

그의 노력과 열정은 헛된 것이었을까?

『어느 "고쿠라 일기" 전(傳)』은 단순한 역사 소설이 아니라, 한 인간이 자신의 신념을 위해 얼마나 헌신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길이 얼마나 고독할 수 있는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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