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질환과 창의성의 연결 고리

Jake Park
방문: 74

일반적으로 정신 질환과 창의성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다고 합니다. 빈센트 반 고흐 같은 예술가도 정신 질환을 앓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고요. 과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특정 정신 질환과 창의성 간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내기도 합니다​. 정신 질환이 심하면 창의적인 작업을 방해할 수 있지만, 경미한 증상이나 성향은 창의적인 사고를 촉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합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정신 질환과 창의성의 관계에 대한 연구들과 창의적인 두뇌의 특징에 대해 정리해보았습니다.

정신 질환과 창의성의 관계

  • 정신 의학 및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창의적인 사람들이 일반인보다 정신 질환을 겪을 확률이 약간 높게 나타나다고 합니다​. 특히 예술가나 작가들의 가계도를 보면 가족 중에 정신 질환을 가진 사례가 다소 많았고, 본인이 조현병(정신분열증)이나 양극성 장애(조울증)를 앓을 위험도 약간 높습니다​. 창의성과 정신 질환 사이에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 그러나 정신 질환 자체가 창의성의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합니다.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것은 아니며, 반대로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이 모두 창의적인 것도 아닙니다. 다만 적당한 수준의 혼란이나 비전형적인 사고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주요 연구 사례

  • 창의적 작가들의 정신 건강 연구: 미국 아이오와 대학의 낸시 안드레아슨(Nancy Andreasen) 박사는 1970년대에 창의적인 작가들의 정신 건강을 조사했습니다. 그녀는 원래 조현병과 창의성의 관련성을 예상했지만, 연구 결과, 대상 작가 중 약 80%가 일생에 한 번 이상 심각한 우울증이나 조울증을 겪은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 예술가들의 기분 장애 빈도: 임상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카이 레드필드 제이미슨(Kay Redfield Jamison)은 여러 예술가와 작가들의 정신건강 이력을 조사했습니다. 그녀는 저서 "불꽃에 휩싸여(Touched with Fire)"에서 시인과 소설가의 약 38%가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정도의 기분 장애를 겪었으며, 89%는 매우 강렬하고 생산적인 "창조적 에피소드"를 경험했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리고 경미한 조증 상태(경조증)에서는 에너지와 사고의 속도가 증가하여 창작활동이 활발해지는 반면, 과도한 조증은 오히려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 스웨덴 인구 연구 및 도파민 관련성: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전국 인구 데이터를 통해 창의적 직업군과 정신 질환의 상관관계를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예술가나 과학자 등 창의적 분야 종사자들에게서 조현병이나 양극성 장애의 발병률이 약간 높게 나타났고, 이들의 가족 중 정신 질환 환자 비율도 일반 인구보다 높았습니다​. 프레드릭 울렌(Fredrik Ullén) 박사는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 화학 특징을 조사했는데요. 창의적인 사람의 뇌를 PET 스캔 등으로 살펴본 결과, 뇌의 시상(thalamus) 부위에 있는 도파민 D2 수용체 밀도가 일반인보다 낮았다고 합니다​. 조현병 환자들도 시상 부위의 D2 수용체 밀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창의적인 사람들에게서도 유사한 특징이 발견된 것입니다​. 울렌 박사는 시상이 우리 뇌로 들어오는 정보를 걸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부위의 필터 기능이 약해지면 정보를 지나치게 많이 받아들이게 되고 그 결과 독특하고 다양한 발상이 떠오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요약하자면, “상자 밖의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어쩌면 “상자(뇌 필터)”가 약간 덜 단단한 데서 오는 것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 성격 특질과 창의성: 정신 질환이 아니라, 정신증적 성향의 성격도 창의성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편집증적이거나 기이한 사고 경향(경미한 조현병 스펙트럼 성격), 그리고 경조증적 성향(들뜬 기분을 즐기는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창의성 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심리학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창의적 두뇌의 특징

창의적인 사람들의 두뇌는 정보 처리와 연결성 측면에서 일반인과 조금 다르게 작동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은  창의적 두뇌의 주요 특징입니다:

  • 정보 필터링 감소와 풍부한 연상: 보통 우리의 뇌는 필요 없는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걸러냅니다. 그러나 창의적인 사람들은 이런 정보 필터가 약해서, 사소한 정보까지도 받아들이고 연결짓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창의적 성취가 높은 사람일수록 불필요한 자극을 걸러내는 뇌의 억제 기능(latent inhibition)이 낮다는 결과가 있었습니다​. 이는 여러 가지 서로 무관해 보이는 개념들을 결합하여 참신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능력과 관련됩니다. 다시 말해, 필터를 느슨하게 함으로써 남들은 놓치기 쉬운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것이죠.

  • 기본 모드 네트워크: 뇌에는 기본 모드 네트워크(DMN)라고 불리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이 네트워크는 우리가 멍하니 있거나 상상에 잠길 때 활발해지는 부분으로, 흔히 “창의적 상상 네트워크”라고도 합니다. 최신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이 기본 모드 네트워크가 창의적 사고의 출발점 역할을 하며,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생성한 뒤 다른 뇌 영역과 협업하여 그 아이디어를 다듬는다고 합니다​​. 뇌수술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DMN의 활동을 일시적으로 억제하자 참가자들의 아이디어가 덜 창의적으로 변했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DMN은 우울증 같은 일부 정신 질환 환자들도 활발한 경우가 있는데, 부정적인 생각에 깊이 빠져드는 현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 높은 뇌 연결성 및 감정 강도: 창의적인 두뇌는 여러 뇌 영역 간의 연결성이 높고 다양한 영역을 동시에 활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두고 신경망의 고도의 연결(hyperconnectivity)이라고 하는데, 일부 연구에서는 조현병 환자나 그 가족의 뇌에서 기본 모드 네트워크의 지나친 연결성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감정의 기복(정서적 유동성)이 큰 편인데, 이는 기분 장애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면, 새로운 자극을 찾아 나서는 성향(새로움에 대한 민감성)은 창의적 동기를 높여주지만 동시에 충동적 행동이나 중독과도 관련될 수 있다고 합니다​.

맺음말

정리하자면, 정신 질환과 창의성 사이에는 완전히 우연이라 보기 어려운 흥미로운 연관성들이 존재합니다. 특히 기분 장애나 경미한 정신증적 성향은 창의적인 사고를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이 여러 연구에서 나타났습니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정보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개방적인 사고, 강렬한 감정, 독특한 뇌 네트워크 활성 패턴 등을 보이는데, 이런 특징들이 정신 질환에서 관찰되는 현상과 일부 겹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관계는 아주 복잡하고 미묘합니다. 적당한 수준의 괴로움이나 독특함은 새로운 예술과 발명을 탄생시킬 수 있습니다​.

만약 글을 읽는 분이 저처럼 자극 추구 성향이나 약간의 우울을 안고 있는 분이라면 조금은 희망적인 정보가 될 것 같습니다.

참조 자료

https://news.ki.se/creativity-linked-to-mental-health

https://en.wikipedia.org/wiki/Creativity_and_mental_health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6102953


Related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