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스트레스가 당신의 의사 결정을 망치는 이유는? 뇌과학으로 본 스트레스와 습관의 연결고리

Jessy Kim
방문: 30

스트레스는 우리 삶의 피할 수 없는 동반자입니다. 직장에서의 압박감, 가족 관계의 어려움, 경제적인 고민 등으로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우리의 뇌를 변화시켜 '의도적이고 합리적인 결정' 대신 '습관적인 행동'을 강화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최근 네이처(Nature)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만성 스트레스는 의사 결정을 관장하는 두 가지 신경 회로를 바꾸어 놓습니다. 즉, 스트레스가 쌓이면 우리는 점점 더 생각 없는 습관적인 행동으로 빠지기 쉽다는 것입니다.

스트레스가 습관적 행동을 유발하는 원리

미국 템플대학교의 신경과학자인 자클린 지오바니엘로 박사와 UCLA의 행동신경과학자인 케이트 와섬 박사 연구팀은 만성 스트레스가 의사 결정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실험했습니다. 연구팀은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스트레스를 받게 하고 - 지속적으로 축축한 환경이나 불쾌한 소음 등에 노출 -  다른 그룹은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습니다. 

두 그룹 모두 배가 고픈 상태에서 레버를 누르면 맛있는 먹이를 받을 수 있도록 훈련되었는데요. 이후 충분히 먹이를 제공하여 더 이상 배고프지 않은 상태가 되었을 때, 스트레스를 받은 쥐들은 포만감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레버를 눌렀습니다. 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쥐들은 포만감을 느끼면 레버를 거의 누르지 않았습니다. 이 실험은 스트레스가 뇌의 습관적 행동을 강화한다는 강력한 증거가 되었습니다.

두 가지 신경 회로의 발견

연구팀은 이러한 행동 차이가 뇌 속의 '편도체(amygdala)'와 '배내측 선조체(dorsomedial striatum)' 사이를 연결하는 두 개의 신경 경로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편도체는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뇌 영역이며, 배내측 선조체는 습관적 행동과 의도적인 행동 사이의 균형을 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첫 번째 신경 회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쥐들에게서 활발히 활성화되어 있었고, 의도적이고 유연한 결정 능력을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받은 쥐들에게서는 이 경로가 비활성화되어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광유전학(optogenetics) 기술을 이용해 이 회로를 인위적으로 활성화했을 때 스트레스를 받은 쥐들이 다시 유연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두 번째 신경 회로는 스트레스를 받은 쥐들에게서 활성화되며, 이 회로는 습관적이고 자동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간에게도 적용 가능한 연구 결과

이 연구 결과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지만, 인간의 뇌에도 매우 비슷한 구조와 회로가 존재하기 때문에 사람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간 역시 만성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담배 피우기, 과식하기, 스마트폰 과의존과 같은 습관적인 행동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러한 습관적 행동은 스트레스로부터 순간적인 위안을 얻기 위한 뇌의 반응일 수 있습니다.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의 인지신경과학자인 아이케 부아방 박사는 이 연구가 강박 장애나 중독과 같은 습관적 사고와 관련된 정신 질환 치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활성화되거나 비활성화되는 특정 뇌 회로를 타겟으로 삼아 보다 정교한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성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

스트레스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깊숙이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첫걸음입니다. 스트레스를 인지하고, 의식적으로 습관적인 반응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명상이나 요가,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휴식과 같은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면, 우리의 뇌는 다시 의도적이고 건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만성 스트레스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이유는 바로 우리의 뇌가 더 이상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스트레스를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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